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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이 문장
이 문장에 다다르면 어김없이 미소 짓게 된다. “태어나신 곳은 이 근처인가요?” 어떤 인터뷰건 첫 질문은 소박하다. 바다로 깊게 들어가고 싶어도 숨을 크게 들이마시는 것밖에 방도가 없다.
누군가를 만나러 간다. 그의 말을 듣기 위해. 듣고 싶은 말이 아주 많다가도, 타인을 아는 일이 두렵고, 이게 다 무슨 소용일까 허망하기도 하다. 그러다가도 몇 마디 말에, 아니 인터뷰이가 내주는 “먹기 좋게 칼집을 넣어 얼린, 잘 익은 망고”에 여기 와서 그를 만나길 잘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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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고와 수류탄 기시 마사히코 지음, 정세경 옮김(2021)
나이 든 소리꾼을 만나러 갔을 때, 그는 내게 네모나게 잘린 수박을 내주었다. 그의 며느리가 주말에 와서 먹기 좋게 손질해 둔 수박이었다. 채근하듯 권하는 수박을 입에 야마토무료게임 넣으며 그가 며느리에게 건넨 말을 들었다. “미안하다고 했지.” “뭐가 미안하신데요?” “오래 살아서.” 수박을 먹으며 그 말을 들었다. 그가 소리를 하면 박수를 보냈고, 이야기를 시작하면 끄덕였다. 수박은 망고만큼이나 달았다.
사회학자 기시 마사히코가 구술사 연구 경험을 바탕으로 쓴 ‘망고와 수류탄’을 시시때때로 펼쳐 든다. 매번 같은 릴짱릴게임 문장에서 미소 짓고, 같은 문장에서 멈춘다. “이야기는 베이면 피를 흘린다.” 반드시 알겠고 끝내 모를 문장들을 만나면 밑줄 긋는다. 번번이 색을 달리해 밑줄을 치니 페이지가 알록달록하다. 그저 읽고, 그저 바란다. 이야기를 만들고 이야기로 설명되는 이 세계에 당신과 내가 고르게 담기기를. 수박이 어느 때보다 달기를. 그가 오래 살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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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정 l 기록노동자. 살아가고 싸우고 견뎌내는 일을 기록한다. 저서로는 ‘죽은 다음’, ‘일할 자격’, ‘돌보다 고치다 지키다’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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